1000


우리의 만남이 1000일째 되는 날이었다. 눈이 내렸어, 잠결에 그가 인사를 하고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얼마 후 일어나 커튼을 걷으니 창밖으로 정원에 쌓인 눈이 밝게 빛났다. 레스토랑에서의 멋진 저녁을 기대했으나 아직 냉장고에 여러 식재료가 남아있었다. 동시에 두어가지 음식을 준비했다. 오븐 구이로 시작했던 닭 요리는 몇 단계를 거쳐 결국 치킨 볶음 우동이 되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맛이 형편 없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요가원에서 처음 보는 남자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다. 낮보다 한참 한적해진 저녁 버스를 타고 Schwarzes Cafe에 갔다. Heisse Schocolade mit Sahne 대신에 Helles와 Fassbrause를 시켰다. 여느 때와 같이 손님으로 가득한 2층에서, 촛불을 사이에 두고 쉴 새 없이 대화하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계획와 선물에 관해 의논했다. 젖은 머리와 길쭉한 체형, 나른한 미소가 비슷하여 서로 구분이 어려웠던 두 종업원 중 하나가 계산을 해줬다. 같은 거리의 끝자락에 위치한 집으로 돌아가 평소처럼 함께 잠에 들었다. 1000은 정말 큰 수라고, 10보다도 크고 100보다도 큰, 서서히 '수많은'의 느낌이 드는 수라고 이야기했다. 10000일은 언제일까 찾아보기도 했다. 새벽에 내린 눈은 햇볕에 전부 녹아 자취를 감춘지 오래였다.

ㅡ 날짜를 저장하면 자동으로 기념일을 계산하여 알려주는 'The Day Before' 앱에게 감사를 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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